설악산 오지를 걷는 사람들 ::: 산과 들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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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서 조난 당한 풍산개 행복이 I 칠선골 절벽에서 구출되다

산짱

사람이 좋아서 산이 좋아서

얼마 전, 장맛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에 'tv 동물농장'에서 등산객을 안내하는 보더콜리종 모녀개 이야기가 방영되더군요.

히말라야의 개들도 곧잘 생면부지의 트래커를 따라 함께 걷습니다. 어느 나라나 강아지는 선천적으로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어서 사람을 잘 따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산중 암자의 개는 한층 더 사람을 좋아합니다. 대체적으로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면 좋아하고 곧잘 등산객을 앞서서 길 안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때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개와 정상까지는 동행하지 말고 중간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 높은 곳 험한 곳까지 따라오지 못하도록 어느 지점에서 제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함께 하는 개가 이뻐서, 기특해서, 신기해서, 재미 있어서, 외로워서, 한사코 따라와서... 어떤 이유든지 가벼운 동행이 개를 위험에 빠뜨리고 그 가족들을 애타게 할 수도 있기에 모르는 개와의 산행은 적당한 지점에서 멈추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등산객을 안내하는 산사의 보더콜리 이야기를 시청하다가 설악산 진전사의 풍산개를 생각했습니다.

등산객과 함께 화채봉까지 올랐다가 홀로 남겨져서 조난당한 풍산개 행복이... 이 야야기는 2021년 6월로 지금으로부터 2년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2021년 6월 28일, 산행카페에 아래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설악에서 실종된 행복이

설악산에 실종된 행복이를 애타게 찾습니다

 

제보 부탁합니다

성명: 행복이

성별: 암

나이 :1살 조금넘음

거주지: 양양 진전사

행복이는 어렸을때 다리를 다쳐서 뒷다리를 절고 다닙니다

6월19일 화채봉으로 산행가시는분 가이드인지 아니면

따라갔는지 그이후 소식이 없습니다

화채봉에서 비박하신분준에 행복를 봤다고 연락이 왔습니다만

그이후 소식이없어서 이렇게 글을 공유합니다

혹시 보신분 있으시면

연락바람니다 진전사에서 큰스님하고 관계자분들이

애타게 찾고있습니다

연락처 : 010-9665-0000

다른데 공유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출처 /https://cafe.daum.net/mtizen/SVy/25386

<사례금까지 걸었던 행복이 찾는 전단>
<사례금까지 걸었던 행복이 찾는 전단>

행복이가 등산객과 함께 설악산 화채봉에 올랐다가 남겨진 후 이후 실종되었고,

실종 9일째 되는 날에 올라온 안타까운 글이었습니다. 

 

행복이가 실종된 설악산 화채봉(해발 1&#44;328m)
행복이가 실종된 설악산 화채봉(해발 1,328m)

6월 19일 그날 그 시간에 마침 화채봉에 올랐던 지인 대장님도 행복이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행복이와 함께 도착한 등산객이 "이 개에게 물 좀 주세요" 하기에 손바닥에 물을 따라서 먹여주니 허겁지겁 500ml 한 병을 거의 다 마셨다고 했습니다. 

이후 함께 왔던 등산팀은 "우리 개가 아니다"라며 가버리고 대장님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가 없고, 개를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어쩌지 못하고 일행들과 화채봉을 떠나 산행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설악산 진전사의 풍산개 행복이
설악산 진전사의 풍산개 행복이

이후 행복이는 화채봉에서 비박팀에게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실종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뒷발 하나를 저는 행복이의 실종은 진전사의 가족들은 물론 소식을 들은 사람들 모두가 안타까워하며 빨리 발견되어 무사히 돌아오기 만을 바랬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이 넘도록 행복이의 모습도 보았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화채봉에 행복이와 도착한 사람들이 진전사에서부터 함께 온 것인지, 중간이나 화채봉 인근에서 행복이와 동행하게 된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처음 동행했던 사람이 어느 정도 오르다가 따라오는 혹을 앞서 가는 개를 제지했다면 행복이의 실종이나 많은 사람이 애를 태우는 상황은 없었겠지요. 

 

 

고립과 발견과 구조

행복이가 발견된 칠선골 직벽 상단
행복이가 발견된 칠선골 직벽 상단

행복이가 화채봉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지 9일째 되는 날. 

칠선골 직벽 위에서 행복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오지를 걷는 등산팀과 조우한 것이지요.

 

화채봉 이후 어느 곳을 얼마나 헤매다가 이 험한 곳까지 왔을지.

만경대에서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갔다면 빨리 발견이 되었을 텐데 어쩌다 인적이 없는 칠선골로 내려오다가 직벽을 만나서 오도 가도 못하고 고립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칠선골 직벽
행복이가 구조된 칠선골 직벽

행복이는 저 직벽 위에서 구조되었습니다.

전문장비 없이는 구조가 불가능하고 장비가 있더라고 물이 흐르는 30m 벽이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9일 만에 구조된 행복이
9일 만에 구조되어 밤 늦게 지구대에 도착한 행복이

119구조대에게 구조된 행복이는 새벽같이 달려온 스님과 함께 진전사로 무사히 돌아갔습니다.

사람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행복이는 지금 설악산 진전사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처럼 등산객을 따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조난의 기억이 행복이의 산행을 막을 수도 있지만, 절에서도 보호를 단디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목줄에는 GPS도 달고 있을 것입니다. 

 

 

에필로그

진전사의 행복이
진전사의 행복이

옛 진전사지를 탐방하게 된다면 진전사에도 들려서 한 번쯤 행복이를 찾아볼 일입니다. 그곳에서 사람 좋아하고 뒷다리 하나를 저는 하얀 개를 만나게 된다면 따뜻하게 인사를 건넬 일입니다. 

 

"행복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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